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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은 노종면 선배는 선뜻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의… 여러분의… 여러분의 위원장이어서 행복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 그렇지만 가끔씩 노 선배의 말 중에서 읽히는 무언가가 있어 언젠간 있을 일이라고 짐작하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선배의 사퇴 시점은 사람들이 갑작스럽다고 받아들일수록 성공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패배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니까요.

 

노 선배, 언제나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 속에, 숱한 불면의 밤속에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습니까, 또 해직과 징계와 갖은 소송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세 아이의 아빠로 남편으로 가족을 고생시킨다는 생각에 얼마나 괴로웠습니까.


세상에는 노조위원장을 무슨 벼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지요. 그러나 그냥 벼슬이라고 하기에는 선배가 치른 댓가가 너무 컸습니다.


'희생'

저는 종교가 없어서 종교에서 말씀하시는 희생의 의미까지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 이라고 되어 있네요.


결국은 또 , 선배가 희생합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라면 선배는 그만두시지 않겠죠, 회사와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그만둔다는 그 뜻, 잘 알겠습니다.


지금 와서 이야기지만 간혹 선배가 스스로 희생을 각오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선배들을 유치장에 집어 넣고, 노선배를 구치소에 집어 넣고 우리는 그놈의 희생이 너무 싫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구치소 언덕을 내려오는 키 큰 남자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선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다시는 다시는 아무도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우리 모두는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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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뒷꽁무니 냄새나 맡고 다니는 똥개같은 우리 회사 일부 인사들이 희생의 의미나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으려나 잘 모르겠습니다.


노 선배, 고맙습니다.

당신이 순수했으니까 우리 모두 마음껏 싸웠습니다.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도 있었을 싸움을 우리의 싸움으로, 나의 싸움으로 만들어줬으니까요. 그래서 두렵지 않았고, 그리고 미안해서라도 계속 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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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일, 매 순간 생각합니다.

강한 자에 비굴하고 약자에게 곤조부리는 건 언론사가 아니라고. 비판 기능을 잃은 언론사는 더이상 언론사가 아니라고. 우리는 그걸 위해 싸우는 거라고. 나는 떳떳한 기자가 되기 위해서 싸우는 거라고.


그리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렵니다.

이 싸움은 선배만의 싸움이 아니었으니까요. 우리 모두의 싸움이고, 아직까지 우리 가슴 속에는 비판정신이라는 심장이 살아서 뛰고 있으니까요. 힘차게. 징계를 받아도 지방발령을 받아도 이 심장을 멈추게 할 순 없다는 걸 선배들과 후배들이 증명하고 있잖아요.


이젠 좀 쉬세요.

그리고 그동안 더운 볕에 찬 바람에 상한 피부도 앵커로 복직할 걸 대비해서 좀 관리도 하고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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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글 : YTN 김수진 조합원 (보도국 뉴스편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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