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주’ 돌발영상 삭제…편성규약 준수하라!
최근 일본 정부가 보안 사고를 이유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강요한 이른바 ‘라인 사태’가 터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등 일련의 대일본 외교를 놓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던 차에 논란이 커졌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천시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이른바 ‘민생 행보’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상인들과 대화 나누고 농담도 던졌다. 시장 가판대에 놓인 멍게를 보고 “소주만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돌발영상은 이 두 가지를 엮어 정치·외교의 난맥상을 풍자했다. 관계없을 것 같은 사건들의 ‘이종교배’를 통해 시의성을 찾아내고 웃음으로 꼬집는 콘텐츠가 돌발영상이다. 대통령의 멍게 앞 술 발언을 놓고 ‘술 사랑이 지나치다.’라는 야권의 비아냥과 침소봉대하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반박이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돌발영상은 총선 참패와 치솟는 물가, 여기에 ‘라인 사태’로 인한 외교적 난제의 등장으로 난감한 최고 권력자의 속내를 특유의 구성으로 드러냈다. 13일 당일,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을 거쳐 정상적으로 방송됐고, 유튜브에도 업로드됐다. 특히, 대통령의 ‘소주 한 병 발언’은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JTBC와 채널A 등 대다수 언론을 통해 이른바 ‘웃음 포인트’로 국민에게 인식됐다.
그런데, 다음날인 14일 저녁, 제작진에게 해당 돌발영상을 지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홈페이지와 포털,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이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부 비판 발언이 담긴 돌발영상이 방송되지 못하는 등 ‘김백 체제’ 한 달 반 만에 벌써 돌발영상은 두 차례 불방됐고, 이번에는 방송된 영상을 끌어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YTN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불방 결정된 것이 아니라, 방송되고 나서 삭제됐다. 최근 보도제작국장은 물론 보도본부장까지 돌발영상에 손을 대고 수시로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건은 YTN 내부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뒤늦게 보고 불쾌해 문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권력의 ‘보도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돌발영상의 제작 자율성 침해는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 제작1부장은 돌발영상 쇼츠와 썸네일을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 보내라고 지시했다.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데 직접 보면 될 것을 굳이 이미지 파일로 요구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돌발영상 삭제 과정에서 대통령 옆에 소주병을 그려 넣은 썸네일을 문제 삼은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이렇게 하면 돌발영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군사 독재 시절 검열이 2024년 YTN에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YTN 방송편성규약은 이렇게 시작한다. “취재와 제작,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확보함으로써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편성 규약을 제정한다.” 보도제작국장과 보도본부장은 YTN 편성 규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1조도 위반했다. 김백 사장과 그의 추종 세력에게 경고한다. 규칙을 지켜라. YTN 편성규약을 준수하라. 자리 보전 위해 권력 눈치 보는 것도 정도가 있다. 보도 지침을 시인하고, 더는 YTN을 망가뜨리지 말라. 비공개로 전환된 돌발영상을 지금 즉시 복원하라.
2024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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